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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오디세이」가 전 세계 69개국 박스오피스 1위, 글로벌 오프닝 2억 6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그의 전작 최고 기록을 스스로 갱신했습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95%, 관객 지수 97%라는 수치가 나왔을 때, 제가 처음 든 생각은 "도대체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였습니다. 제작 비하인드를 들여다보니, 숫자보다 더 재밌는 이야기들이 그 안에 가득 있었습니다.


영화 오디세이 · 2026년 8월 5일 국내 개봉
20년 만의 귀환, 그리고 귀가 전문 배우
놀란이 2004년 「트로이」 연출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원작으로 한 그 작품을 놓친 뒤, 그는 20여 년을 돌아서 「일리아스」의 뒷이야기인 「오디세이아」로 왔습니다. 「오펜하이머」가 10억 달러를 벌고 아카데미 7관왕에 오르지 않았다면 이 기회 자체가 없었을 거라고 본인이 직접 밝혔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오펜하이머가 오디세이를 낳은 셈입니다.
비선형 서사(Non-linear Narrative)라는 개념이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비선형 서사란 시간 순서를 따르지 않고 과거, 현재, 미래를 뒤섞어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놀란은 「메멘토」 이후 줄곧 이 구조를 써왔는데, 각본을 쓰면서 3천 년 전 호메로스가 이미 그 방식으로 「오디세이아」를 구성했다는 걸 발견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뒤늦게 자기 필모그래피 전체의 뿌리를 발견한 느낌이랄까요.
캐스팅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역시 맷 데이먼이었습니다. 제가 비하인드에서 제일 크게 웃은 대목이 바로 여기였는데, 팬들이 그를 "귀가 전문 배우"라고 부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는 한 분대가 전멸하다시피 해서 그를 데려왔고, 「인터스텔라」에서는 얼음 행성에 홀로 남겨졌으며, 「마션」에서는 화성에서 감자를 길렀습니다. 그 세 편을 전부 극장에서 본 저로서는, 볼 때마다 이 배우 참 고생한다고 생각했지 한 줄로 꿰어볼 생각은 한 번도 못 했습니다. 특히 「마션」은 개봉 한참 뒤에 늦게 봤는데, 감자 심는 장면에서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다가 결국엔 끝까지 응원하고 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도 또 집에 가는 역할이라니, 본인도 웃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에 이만큼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관객이 20년 넘게 그가 집에 도착하기를 기다려 온 셈이니까요. 맷 데이먼은 놀란의 연락을 받자마자 어떤 작품인지 묻지도 않고 승낙했다고 합니다. 놀란과 세 번째 작업입니다.
앤 해서웨이도 마찬가지로 세 번째입니다. 중학교 때 「오디세이아」를 읽고 그리스 신화에 빠진 광팬이라, 페넬로페를 연기하려고 고대 방식의 직조를 전문가에게 기초부터 배웠습니다. 이런 배우들이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이 프로젝트의 무게감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 맷 데이먼(오디세우스) — 놀란과 세 번째 작업, 귀가 전문 배우 별명
- 앤 해서웨이(페넬로페) — 세 번째 작업, 고대 직조 기초부터 직접 학습
- 톰 홀랜드(텔레마코스) — 놀란 작품 첫 참여, 세이렌 장면 절규 연기
- 젠데이아(아테나), 로버트 패틴슨(안티노오스), 샤를리즈 테론(칼립소)
아이맥스 혁신과 제작 철학 사이의 간극
이번 촬영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주목할 부분은 아이맥스(IMAX) 필름 카메라를 영화 전체에 걸쳐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아이맥스란 일반 35mm 필름보다 훨씬 큰 화면 비율과 해상도를 구현하는 대형 포맷 촬영 시스템으로, 놀란은 「다크 나이트」 시절부터 일부 장면에 이를 사용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전체 촬영에 쓰지 못한 결정적 이유가 하나 있었습니다. 카메라 구동음이 너무 커서 동시녹음(Production Sound Mixing)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동시녹음이란 촬영 현장에서 배우의 대사와 주변 소리를 실시간으로 직접 녹음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게 안 되면 아이맥스 화면은 대사 없는 스펙터클 장면에만 쓸 수 있다는 공식이 굳어져 있었습니다.
놀란은 우회로를 찾는 대신 아이맥스 본사에 차세대 저소음 카메라 개발과 방음용 블림프 하우징(Blimp Housing) 제작을 직접 의뢰했습니다. 블림프 하우징이란 카메라를 감싸 구동 소음을 차단하는 방음 케이스를 뜻합니다. 이 결과물의 무게가 최대 180kg에 달해 6인 전담팀이 운용했다고 합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촬영 현장이 어땠을지 잠시 상상해봤는데 솔직히 웃음부터 났습니다. 배우들이 대사를 주고받는 동안 한쪽에서 여섯 명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풍경이라니요.
필름 소비량도 압도적입니다. 3분마다 필름을 교체해야 했고 총 사용량이 약 640km, 서울에서 부산을 잇고도 남는 길이입니다. 촬영본은 빛과 열, 습기에 취약해 캔에 밀봉해 보관해야 했는데, 스코틀랜드 입국 시 세관 직원들이 캔 뚜껑을 하나하나 열어보는 바람에 촬영 영상 전체를 날릴 뻔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빛 노출 피해는 없었습니다.
세트와 실물 제작도 규모가 컸습니다. 트로이 성은 글래디에이터와 왕좌의 게임 촬영지이기도 한 모로코의 요새 마을 아이트 벤 하두에 세웠습니다. 1만 제곱미터 이상 부지에 아테나 신전을 포함한 60여 개 구조물을 짓고, 높이 약 11m의 트로이 목마는 여러 장소 촬영을 대비해 여러 개를 제작했습니다.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는 18m급 실물 인형으로, 놀란은 이 제작 난도가 「배트맨 비긴즈」의 배트모빌을 구상하던 것과 맞먹는 도전이었다고 했습니다. 조종과 목소리는 「인터스텔라」에서 로봇 타스를 맡았던 배우 빌 어윈이 다시 담당했습니다.
음악을 맡은 루드비히 예란손은 아카데미 음악상을 세 번 받은 작곡가입니다. 「블랙 팬서」, 「오펜하이머」에 이어 「씨너스: 죄인들」로 세 번째 트로피를 가져갔습니다. 놀란은 그에게 오케스트라에 의존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는데, 청동기 시대에는 오케스트라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동 징, 고대 관악기 아울로스(Aulos) 같은 악기로 소리를 만들었습니다. 아울로스란 고대 그리스에서 쓰이던 이중 관악기로, 오보에와 비슷하게 갈대로 만든 리드를 진동시켜 소리를 냅니다. 고대 현악기 리라(Lyre)는 오디세우스가 활시위를 튕기는 소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연주법을 재해석했다고 합니다. 세이렌 장면에서 귀를 밀랍으로 막은 듯 먹먹해지는 음향 효과도 직접 설계했습니다.
다만 제가 비하인드를 보고 나서 한 가지 걸렸던 부분이 있습니다. 필름 640km, 카메라 180kg, 18미터 인형처럼 수치가 계속 등장하는데, 이런 숫자들이 결국 영화가 좋다는 증거처럼 쓰인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노력의 양과 작품의 질은 다른 문제입니다. 실물로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관객이 느끼는 재미를 보장해 주지는 않으니까요. 저는 좋은 영화라면 제작 비화를 하나도 모르고 봐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보면 더 재밌다는 말은 반대로 모르면 덜 재밌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로튼토마토 97%라는 관객 지수가 그 판단을 대신해줄 수 있을지,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제 경우엔 판단을 미뤄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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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오디세이 아이맥스 촬영이 왜 이번에 처음 가능해진 건가요?
A. 기존 아이맥스 카메라는 구동음이 너무 커서 동시녹음이 불가능했습니다. 놀란이 아이맥스 본사에 저소음 차세대 카메라 개발과 방음 블림프 하우징 제작을 직접 의뢰했고, 이 장비가 완성되면서 처음으로 영화 전체를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찍을 수 있었습니다.
Q. 맷 데이먼이 왜 귀가 전문 배우로 불리나요?
A.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인터스텔라」, 「마션」에 이어 이번 「오디세이」까지, 그가 맡은 주요 배역들이 공통적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팬들이 붙인 별명이며, 오디세우스 역은 그 흐름에서 가장 원형적인 귀환 서사라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배역으로 평가됩니다.
Q. 오디세이 음악은 왜 오케스트라를 안 썼나요?
A. 놀란이 작곡가 루드비히 예란손에게 오케스트라 의존을 피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청동기 시대인데, 그 시대에는 오케스트라라는 편성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고대 관악기 아울로스, 현악기 리라, 청동 징 같은 악기들로 시대적 맥락에 맞는 소리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Q. 오디세이 키클롭스는 CG인가요, 실물인가요?
A. 18m 크기의 실물 인형으로 제작했습니다. 목소리와 조종은 「인터스텔라」에서 로봇 타스를 담당했던 배우 빌 어윈이 맡았습니다. 놀란은 이 제작 난도가 「배트맨 비긴즈」의 배트모빌을 처음 설계하던 것과 맞먹는 도전이었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Q. 놀란이 오디세이아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요?
A. 단순한 신화 재현이 아니라, 놀란이 각본을 쓰면서 자신의 필모그래피 전체가 비선형 서사라는 측면에서 오디세이아의 영향 아래 있었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트로이 목마를 설계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오디세우스의 캐릭터가 「오펜하이머」와도 겹친다는 점이 그를 이 소재로 이끌었습니다.
결론
비하인드를 정리하고 나서 드는 생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 영화가 놀란 개인에게 얼마나 사적인 작품인가 하는 점입니다. 초등학교 때 오디세이아 연극을 했던 기억,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에서 처음 본 돔형 옴니맥스 영상에 매료됐던 경험, 가족 전원이 스태프로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까지. 놀란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찍으면서 자신이 이타카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빈말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앞서도 짚었지만, 제작 규모의 수치가 작품의 완성도를 보증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 경우엔 비하인드를 먼저 봤기 때문에 극장에 들어갈 때 그 수치들이 머릿속에 남아있을 겁니다. 그 선입견 없이 봤을 때도 같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인지, 그것이 결국 이 영화의 진짜 완성도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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