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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킹 패스타드》에 관한 부산국제영화제 노트는 진과 조앤이 같은 몸짓과 말을 반복하고 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자매라고 소개한다. 실제 자매인 케이트 마라와 루니 마라가 두 인물을 연기한다는 제작 정보도 있다. 이 글은 공식 소개에서 읽을 수 있는 관계의 구조를 정리한 관람 전 메모다.같아 보이는 두 사람의 다른 선택몸짓이 맞아떨어진다고 두 인물이 하나의 의지를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 같은 말을 하는 순간에도 어느 쪽이 먼저 말하고 다른 쪽이 따라 하는지, 둘 사이의 작은 어긋남이 언제 나타나는지에 따라 관계의 힘이 달라진다. ‘둘이자 하나’라는 노트의 표현을 그대로 인물의 본질로 확정하지 않고, 영화가 그 인상을 어떻게 만들고 깨는지 확인하고 싶다.두 사람이 같은 남자를 사랑한다는 설정은 손쉬운 경쟁 구..
일커 차탁의 《옐로우 레터스》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체제와 충돌해 일자리를 잃은 연극인 부부와 가족의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촬영은 독일 도시에서 이루어졌지만 이야기 속 공간은 튀르키예의 앙카라와 이스탄불로 설정됐다고 노트는 밝힌다. 이 글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관람 전 질문이다.무대를 잃은 배우는 어디에서 말하는가배우가 관객 앞에서 강한 말을 하는 능력과 가족의 생활을 지키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행동은 다를 수 있다. 노트는 무대에서 어둠을 부르던 인물이 현실의 어둠에 부딪히는 역설을 짚는다. 영화가 예술의 무력함을 선언하는 데 그치는지, 생계와 연대의 조건이 바뀌었을 때 말의 쓰임도 달라지는지 보고 싶다.촬영지와 극중 도시의 차이는 단순한 제작 편의로 단정할 수 없다. 관객이 장소의 이름을 듣고..
《에밀리아, 사랑을 기억하다》에서 유명 감독 에스테반은 13년 동안 떨어져 지낸 딸에게 자기 신작의 주연을 제안한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에 나온 이 설정은 화해의 초대인 동시에 딸을 다시 자신의 작품 안으로 불러들이는 결정이다. 이 글은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 제안의 권력 관계를 따져 보는 상영 전 분석이다.배역 제안은 대화의 기회인가에스테반은 아버지이자 촬영 현장의 감독이다. 두 역할의 힘이 겹치면 딸 에밀리아가 제안을 거절할 자유, 현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따로 살펴야 한다. 오랜 공백을 한 번의 캐스팅으로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 공백을 살아온 사람의 시간은 다르다. 영화가 어느 쪽의 설명을 먼저 듣게 하는지 중요하다.영화제 노트는 에스테반이 촬영장에서 두려움을..
《어느 날, 아내가 울었다》의 공식 소개에는 불운한 일을 겪은 아내가 벤치에서 울고, 사연을 들은 남편이 길에 쓰러진다고 적혀 있다. 원인과 결과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싶어지는 설정이지만, 부산국제영화제 노트는 오히려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얼굴과 최소화된 몸짓을 강조한다. 이 글은 관람 전 형식에 관한 질문이다.남편의 반응이 아내의 사건을 덮는가두 사람의 반응은 모두 강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남편이 쓰러지는 큰 사건이 아내가 겪은 일을 관객의 시야에서 밀어내는지, 아니면 서로의 고통을 전달하지 못하는 관계를 드러내는지는 실제 장면의 순서와 길이에 달렸다. 제목이 아내의 울음을 앞에 놓는 이유도 그때 더 분명해질 것이다.영화제 평자는 몇 분간 이어지는 독백, 지속되는 쇼트, 풍경과 현장 ..
《붉은 바위에 아이들이 있다》에 관한 부산국제영화제 노트는 여름의 붉은 절벽에서 아이들이 지중해로 뛰어드는 장면과, 이후 사랑·질투·폭력·기쁨을 알아 가는 시간을 소개한다. 이 글은 그 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아이를 찍는 카메라의 태도를 생각한 관람 전 메모다.어른의 이야기로 미리 번역하지 않기노트에 따르면 브루노 뒤몽 감독은 아이들이 카메라를 바라보거나 말을 또렷하게 하지 못하는 순간도 고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른 관객은 그 반응을 미숙함으로만 읽기 쉽다. 아이들이 놀이의 규칙을 만들고 위험을 가늠하는 방식은 어른이 예상한 교훈과 다를 수 있다. 영화가 아이들의 표정에 즉시 의미를 붙이는지, 모르는 상태를 견디게 하는지 확인하고 싶다.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드는 행동에는 자유와 위험이 함께 있다. 이를 단..
부산국제영화제는 안드레이 즈뱌긴체프의 《미노타우로스》를 자신의 삶을 잘 통제한다고 믿던 사업가가 균열에 부닥치는 이야기로 소개한다. 이 글은 공식 노트에 근거한 상영 전 읽기다. 범죄의 내용이나 결말을 확인한 감상평이 아니다.미궁은 밖에만 있을까제목의 괴물을 곧바로 특정 인물에게 대입하기보다, 사업가가 의지해 온 질서가 어떻게 덫이 되는지 살펴보고 싶다. 가족 안의 불신과 더 큰 정치적 상황을 한 인물의 성격 탓으로 환원하면 영화제 노트가 함께 제시한 두 층위가 사라진다. 개인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은 영역과 실제로 바꿀 수 없는 환경의 경계가 관람의 출발점이다.노트는 클로드 샤브롤의 《부정한 여인》을 원작으로 언급하면서 긴 범죄 장면과 전쟁 상황에 대한 정치적 비판도 짚는다. 원작을 직접 대조하지 않은..
라브 디아즈의 《마키키란 포》는 1617년 스페인 식민 치하 필리핀을 배경으로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에는 엔시소 신부가 아들 둥웬에게 교회 건축용 대리석을 50km 넘게 운반하도록 명령하는 여정이 소개돼 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공식 소개가 제시한 노동과 신앙의 관계를 먼저 짚는다.교회의 돌은 누가 옮기는가완성된 건물만 보면 종교적 상징이 먼저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노트는 대리석을 구하고 옮기는 사람, 이동 중의 약탈 위험, 강요된 개종을 한 장면의 배경으로 연결한다. 돌이 도착하는 경로를 따라가면 권력이 물건과 몸을 동시에 움직이는 방식이 드러날 수 있다. 작품이 운송의 시간을 길게 보여준다면 관객 역시 명령의 비용을 추상적 숫자보다 노동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상영 후 확..
《로마 엘라스티카》의 주인공 에디 마스는 1980년대 초 미국으로 망명한 프랑스 배우다. 부산국제영화제 소개에 따르면 그는 이탈리아 치네치타에서 촬영할 SF 영화에 캐스팅되고,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졌다고 느끼면서 영화의 미로로 더 깊이 들어간다. 이 글은 공식 노트를 읽고 세운 관람 전 가설이며 실제 장면 분석은 아니다.영화 속 영화를 찍는 배우의 위치에디는 한때 스타였지만 지금은 타인의 영화에서 새 역할을 맡아야 한다. 과거의 명성과 현재의 촬영 현장이 부딪히는 순간, 그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연기인지 자신의 기억인지 묻게 된다. 치네치타라는 스튜디오가 단순한 배경인지, 오래된 영화의 이미지가 쌓인 장소로 쓰이는지 주목할 만하다.노트는 에디가 젊은 날의 분신과 춤추고 기이한 존재와 마주한다고 전한다...
아이라 잭스의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아직 관람하지 않았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는 1980년대 말 뉴욕에서 큰 병을 앓고 돌아온 퍼포먼스 아티스트 지미가 다시 무대를 준비하고 사랑을 시작한다고 소개한다. 이 글은 그 공개 정보에서 출발한 상영 전 읽기다.무대는 회복의 완료를 증명하는 곳일까병에서 돌아왔다는 사실과 이전의 삶으로 완전히 복귀했다는 판단은 다르다. 노트가 전하는 지미의 행동에는 공연 준비, 새로운 관계, 육체적 욕망이 함께 있다. 이 활동을 모두 ‘극복’이라는 한 단어로 묶으면 여전히 불확실한 몸의 시간과 선택의 복잡성이 지워질 수 있다. 영화가 지미의 무대 바깥 일상을 얼마나 보여주는지 살펴보고 싶다.공식 노트는 바로크 종교음악부터 포크, 디스코, 뉴웨이브까지 다른 시대의 음악이..
《환상의 불빛》은 부모의 이혼을 앞둔 고등학생 다케시가 정체불명의 불덩이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는 그가 집안의 갈등을 피하는 동안 어린 동생이 가족의 감정적 짐을 홀로 떠안는다고 소개한다. 이 글은 공식 소개를 바탕으로 관람 전에 생각해 볼 관점을 정리한다. 마지막 장면의 의미를 본 것처럼 단정하지 않는다.불덩이를 쫓는 사람과 집에 남는 사람다케시에게 불덩이 찾기는 무너져 가는 집의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행동이다. 그러나 그의 이동에는 동생의 정지가 짝을 이룬다. 같은 가족의 위기를 겪어도 한 사람은 바깥에서 다른 세계를 찾고, 다른 한 사람은 집 안에서 감정을 받아 내야 한다. 영화의 핵심 질문은 불덩이가 무엇인가에만 있지 않다. 누가 갈등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