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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디세이 · 출처: 스포츠경향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원전 강의부터 찾아봤습니다. 사전 지식을 쌓아두면 극장에서 훨씬 유리할 거라 믿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172분을 다 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그 판단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완전히 빗나갔다는 걸. 놀란의 《오디세이》는 개봉 5일 만에 전 세계 누적 수익 1억 6,300만 달러를 기록했고, 2주 차에도 드랍률이 낮아 흥행이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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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각색, 예습이 도움이 됐을까
텔레마키아(Telemacheia)를 알고 들어간 건 분명히 이득이었습니다. 텔레마키아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초반부,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아버지를 찾아 나서는 서사를 가리킵니다. 이 배경을 알고 있었기에 트로이 함락으로부터 8년, 오디세우스가 고향을 떠난 지 20년이 흐른 이타카 성의 상황, 그리고 3년째 성을 점거하고 있는 구혼자들의 관계도를 초반 몇 분 안에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원전과 실제 영화 사이의 간극은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제가 예습해둔 장면들이 극장 안에서 그대로 펼쳐지기를 기대했는데, 놀란은 상당 부분을 뒤집어 놨습니다.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보내주는 동기가 원전과 다르고,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와의 말장난 시퀀스는 삭제됐으며, 마법사 키르케는 남성 폭력에 환멸을 느낀 인물로 재해석돼 있었습니다. 제가 준비해 간 지식의 상당 부분은 오히려 "원전과 이게 다르다"는 걸 알아채는 비교 감상 도구로 탈바꿈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각색은 헬레네였습니다. 천 척의 배를 출항시킨 얼굴이라는 대사가 나오는 순간, 카메라는 헬레네의 얼굴에 선명한 흉터를 잡습니다. 트로이 전쟁의 도화선이 아닌 피해자로서의 헬레네. 영화는 이 한 컷으로 원전의 시각 전체를 뒤집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역발상 각색은 원전을 아는 관객에게 훨씬 강하게 박힙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은 제니아(Xenia)입니다. 여기서 제니아란 고대 그리스어로 낯선 손님을 환대해야 한다는 신성한 의무를 뜻하며, 제우스가 수호하는 법칙입니다. 놀란은 이 제니아를 영화의 작동 원리로 삼아, 이를 지키는 자와 어기는 자의 충돌로 전체 서사를 설계했습니다. 원전의 주제가 영웅이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는가였다면, 이 영화의 질문은 전쟁을 겪은 인간이 과연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로 바뀝니다.
페이싱(Pacing)도 눈에 띄었습니다. 페이싱이란 영화의 장면 전환 속도와 정보 전달의 리듬을 가리키는데, 관객이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보다 살짝 빠르게 컷을 이어붙이는 방식이 초반부터 끝까지 유지됩니다. 이해가 다 되진 않았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감각이 딱 그겁니다. 저도 상영 내내 퍼즐 조각을 쥔 채 달렸고, 뒤돌아보니 퍼즐이 다 맞춰져 있는 식이었습니다.
- 텔레마키아 배경 지식 → 초반 인물 관계 파악에 유효
- 키르케, 칼립소, 헬레네 등 주요 인물 각색 → 원전과 상당 부분 다름
- 제니아(환대의 법칙) →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주제
- 빠른 페이싱 → 몰입감을 주되, 정보 소화는 나중에 이뤄짐
아이맥스 관람, 그런데 한국에선 사정이 다릅니다
예매하는 것 자체가 일이었습니다. 아이맥스 좌석이 새로고침 몇 번 만에 증발했고, 결국 원하는 시간대는 포기한 채 남은 자리를 붙잡았습니다. 172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생각해 음료도 참고 들어갔는데, 결과적으로는 그게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워낙 몰입이 강해서 중간에 자리를 뜨기가 아까운 영화거든요.
《오디세이》는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극장 개봉작입니다. 여기서 쓰인 15퍼포레이션 70mm 필름이란 한 프레임이 일반 35mm의 열 배에 가까운 면적을 담는 방식으로, 현존하는 촬영 포맷 중 해상력과 디테일이 가장 높습니다. 절벽, 파도, 동굴의 질감이 눈앞에 그대로 펼쳐지는 느낌이었고, 배우를 클로즈업할 때 느껴지는 입체감은 스크린이 아닌 창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촬영 포맷과 상영 포맷은 다릅니다. IMAX 70mm 필름 상영은 필름 영사기를 돌리는 아날로그 방식인데, 전 세계에서 이 설비를 갖춘 극장은 약 30곳뿐입니다. 그리고 국내에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예전 63빌딩과 대전 엑스포에 15/70 상영관이 있었지만 모두 폐관했고, 현재 국내 IMAX관은 필름 상영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이 영화를 아이맥스로 본다는 건 디지털 레이저 IMAX로 본다는 뜻입니다. 그중에서도 용산아이파크몰 IMAX가 듀얼 레이저를 갖춰 1.43:1 원본 화면비에 대응하는 국내 유일 상영관입니다. 일반 IMAX관에서는 원본 대비 화면의 일부가 잘려나갑니다.
사운드 디자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이나믹 컨트라스트(Dynamic Contrast)가 강하게 설계돼 있었는데, 이는 소리의 가장 큰 지점과 가장 작은 지점의 차이를 극대화해 청각적 충격과 여백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믹싱 기법입니다. 키클롭스 시퀀스에서 거인의 발소리와 병사들의 숨소리가 교차하는 구간은 극장 안 공기가 다른 것 같았습니다.
이 대목에서 마음이 좀 복잡해집니다. 감독이 최고의 포맷으로 찍었는데, 그 포맷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관객은 전 세계 30개 극장에 갈 수 있는 사람뿐이고 한국 관객은 아예 그 대상이 아닙니다. 저는 앞선 글에서 잘 만든 각색이라면 원전을 몰라도 통해야 한다고 썼는데, 같은 기준을 여기에도 적용하고 싶어집니다. 좋은 영화는 일반 상영관에서도 충분히 좋아야 합니다. 특정 포맷에서만 완전해지는 작품이라면, 그건 미덕이라기보다 관객 대다수를 두고 가는 한계에 가깝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오디세이 영화, 원전 호메로스를 미리 알고 가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사전 지식이 있으면 훨씬 유리하다고들 하는데, 제 경험상은 절반만 맞습니다. 텔레마키아처럼 초반 인물 관계를 아는 건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영화 자체의 각색 범위가 워낙 넓어서, 원전을 많이 알수록 오히려 차이를 찾는 재미가 더해지는 구조입니다. 모르고 들어가도 서사 자체로 충분히 따라갈 수 있습니다.
Q. 한국에서 오디세이를 IMAX 70mm 필름으로 볼 수 있나요?
A. 볼 수 없습니다. IMAX 70mm 필름 영사 설비를 갖춘 극장은 전 세계 약 30곳뿐이고 국내에는 없습니다. 국내 IMAX관은 모두 디지털 레이저 방식입니다. 그중 용산아이파크몰 IMAX가 듀얼 레이저로 1.43:1 원본 화면비에 대응하는 유일한 상영관이라, 국내에서는 이곳이 가장 원본에 가깝습니다.
Q. 아이맥스 아닌 일반 상영관에서 봐도 괜찮을까요?
A. 화면비와 사운드에서 차이가 나는 건 사실입니다. 다만 어차피 국내에서는 아무도 필름 포맷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맷 때문에 관람 자체를 미루는 건 아깝습니다. 일반 상영관에서도 서사와 연기는 충분히 전달됩니다. 가까운 곳에 IMAX가 없다면 그냥 편한 관에서 보셔도 됩니다.
Q. 캐스팅 논란이 영화 감상에 영향을 주나요?
A. 개봉 전 캐스팅과 각색 방향을 두고 말이 많았는데, 막상 보고 나서는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가 논란을 덮어버리는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페넬로페 역의 감정 연기는 단 몇 초 만에 인물의 20년을 설명하는데,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이 됐습니다.
Q. 172분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A. 저도 걱정하며 들어갔는데, 빠른 페이싱 덕분에 중반까지 체감 시간이 짧았습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의 무게가 쌓여서 묵직해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음료를 자제하고 들어간 건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결론
《오디세이》는 원전을 비틀면서도 그 비틀기가 영화를 약하게 만들지 않는 드문 각색 사례입니다. 제니아라는 고대의 윤리를 뼈대 삼아, 전쟁을 겪은 인간이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는가라는 현대적 질문을 씌운 구조가 단단했습니다. 제가 예습해 간 원전 지식이 절반은 무용지물이 됐지만, 그게 오히려 더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포맷에 대해서는 여전히 생각이 갈립니다. 놀란은 최고의 촬영 포맷을 택했지만, 그 결과물을 원본 그대로 볼 수 있는 극장은 전 세계 30곳뿐이고 한국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극장에서 본 것은 이미 한 단계 옮겨진 무언가입니다.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옮겨진 상태로도 충분히 압도적이었으니까요. 가능하면 좋은 관에서 보시되, 조건이 여의치 않더라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 자체에는 값어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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