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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 출처: 주간경향
노 웨이 홈 엔딩 이후 4년, 전 세계가 피터 파커를 잊은 그 공백에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시작합니다. 마블을 손 놓은 지 꽤 됐는데 이 영화 하나 때문에 다시 예매 버튼을 눌렀고, 극장을 나오면서 생각이 좀 복잡해졌습니다.
마블을 끊은 사람이 다시 극장 간 이유
엔드게임 이후 마블은 저한테 숙제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를 봐야 영화 맥락이 잡히고, 영화를 봐야 다음 시리즈가 이해되는 크로스오버(cross-over) 구조, 쉽게 말해 콘텐츠 하나를 즐기려면 그 전 단계를 전부 이수해야 하는 방식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손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노 웨이 홈은 극장에서 봤습니다. 마지막 장면, 모두가 피터 파커의 얼굴을 잊어버리는 그 순간이 한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극장을 나오면서 저 친구 이제 어떻게 사나, 진짜로 걱정됐습니다. 그게 몇 년 전 일인데 이번 영화가 바로 그 4년의 공백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얘기를 접하고, 오랜만에 예매 앱을 켰습니다.
사실 초반 피터의 모습이 남 일처럼 안 보인 이유가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 사람을 잘 안 만나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미루다 보니 어느새 먼저 연락 오는 사람이 없어졌고, 그 상태가 꽤 오래 이어졌습니다. 멈추면 자기 삶이 얼마나 비어 있는지 보이니까 멈추지 않는다는 설정이,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거기서 이 영화를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고립이 몸을 바꾼다, 변이가 설득되는 이유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만든 부분을 꼽으라면 피터의 신체 변이(mutation) 설정입니다. 여기서 변이란 단순한 능력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4년간의 고립이 피터의 몸에 청구된 대가로 설계된 설정입니다. 웹슈터 없이 손목에서 거미줄이 나오고, 감각이 통제 불능으로 예민해지며, 자다 깨면 방이 거미줄로 덮여 있습니다. 대사 한 줄 없이 카메라가 문짝의 거미줄을 잡는 순간, 이 인물의 상태가 설명됩니다.
이 설정은 원작 코믹스의 계보를 가져온 것입니다. 마블 코믹스 원작에는 피터가 거미에 점점 가까워지는 서사가 존재하고, 1990년대 애니메이션 시리즈에서는 맨-스파이더(Man-Spider)라는 형태로 시각화된 바 있습니다. 영화는 이 계보를 가져오되, 그 원인을 고독으로 재배치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변이를 단순한 파워 인플레이션이 아닌 심리적 인과의 결과물로 쓰는 방식이 이렇게까지 자연스러울 줄은 몰랐거든요.
여기에 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대학 물리학 교수로 등장합니다. 원작에서 이 자리는 커트 코너스 박사의 몫이었습니다. 유전자 이상으로 괴물이 되어가는 피터가 교수를 찾아가고, 그 교수가 결국 리저드로 변해 둘이 싸우는 공식이죠. 영화는 그 자리에 헐크를 앉혀 공식을 비틉니다. 자기 안의 또 다른 자아를 억누르며 평생을 산 인물로서는 피터의 질문을 받아줄 최적의 캐릭터입니다. 내 안의 괴물을 억누를 것인가, 받아들일 것인가. 두 사람의 짧은 대화 안에 이 영화의 주제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 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 — ESU 물리학 교수, 억제 장치 제작자
- 진 그레이(세이디 싱크) — 엑스맨 창단 멤버, 염력 및 정신 이동 능력 보유
- 세라 그레이(올리비아 부스포드) — 진의 친언니, 사건의 발단
- 빌 메츠거(트라멜 틸먼) — 데미지 컨트롤국(D.O.D.C.) 측 인물, 실질적 원흉
- 진 드울프(리자 콜론자야스) — 피터에게 정보를 흘리는 경찰
진 그레이가 등장한다는 사실은 개봉 직전까지 비밀에 부쳐졌습니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진 그레이는 창단 멤버이자 훗날 다크 피닉스(Dark Phoenix)로 각성하는 인물로, 그의 서사는 언제나 통제의 문제였습니다. 자신보다 큰 힘을 가졌다는 것. 마블이 스파이더맨 영화를 통해 MCU 내 뮤턴트(mutant) 서사의 첫 삽을 뜬 셈입니다. 뮤턴트란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초능력자를 뜻하며, 엑스맨 세계관의 핵심 소재입니다.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느낀 건, 이 캐릭터가 단순한 게스트가 아니라 피터의 거울상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둘 다 통제를 잃어가는 존재고, 둘 다 그 원인이 고립과 단절에 있습니다.
퍼니셔와의 우정, 그리고 마블의 여전한 약점
제가 직접 보고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프랭크 캐슬, 즉 퍼니셔(존 번탈)와의 관계였습니다. 퍼니셔는 코믹스와 드라마 시리즈를 통해 복면 쓴 자경단을 극도로 경멸하는 인물로 그려져 왔습니다. 법 바깥에서 움직이는 인물이 또 다른 법 바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아이러니가 이 캐릭터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번 영화는 그 기조를 흔듭니다. 피터가 활동한 4년 동안 두 사람의 동선이 여러 번 겹쳤고, 그 과정에서 피터가 프랭크의 목숨을 구한 일이 있었다는 설정입니다. 그래서 프랭크는 이 청년에게 빚진 마음을 품고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돕습니다. "마스크 안의 너도 좋은 녀석이야"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는 장면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캐릭터 역사를 알고 보면 상당한 변화입니다. 참고로 두 배우는 각각 스파이더맨과 퍼니셔 오디션을 함께 봤던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그 인연을 알고 나면 장면이 한 겹 더 두터워집니다.
네드와 MJ의 처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억은 지워졌는데 마음의 방향은 지워지지 않은 상태. 마지막에 피터가 자신을 소개하자 네드가 오래된 핸드사인을 자연스럽게 받아주는 장면은, 기억이 돌아온 게 아니라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는 식으로 읽었습니다. 제 경우엔 그쪽이 훨씬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싶습니다. 이 영화가 어벤저스: 둠스데이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 장점처럼 언급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그 반대로 느꼈습니다. 관객이 티켓을 사는 건 이 영화를 보러 온 것이지 다음 편의 예고편을 보러 온 게 아니니까요. 주인공을 판 바깥으로 빼놓고 다음 작품에서 극적으로 복귀시키는 구조는 서사적 선택이라기보다 프랜차이즈 운영 계획에 가깝습니다. 앤트맨과 와스프 엔딩에서 양자 영역(Quantum Realm)으로 주인공을 가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양자 영역이란 극도로 미세한 입자 단위의 세계로, MCU에서 시공간 이동의 수단으로 반복 활용되는 장치입니다. 그때도 통했지만, 같은 수를 두 번 겪으면 관객의 반응은 달라집니다. 이만큼 잘 만든 이야기가 굳이 다음 편의 다리로 소비될 필요가 있었는지, 저는 아직도 그 아쉬움이 남습니다.
마블 스튜디오의 크로스오버 전략에 대한 분석은 출처: Marvel 공식 사이트에서, 엑스맨 코믹스 원작 배경은 출처: Marvel Comics — X-Men 시리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쿠키 영상은 몇 개인가요?
A. 쿠키 영상은 한 개이며 길이가 매우 짧습니다. 다만 어벤저스: 둠스데이와 직결되는 내용이라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고 끝까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화장실은 미리 다녀오시길 권합니다.
Q. 마블 영화를 오랫동안 안 봤는데 따라갈 수 있나요?
A. 최소한 노 웨이 홈은 보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이 영화의 출발점이 그 엔딩이라, 왜 아무도 피터를 기억하지 못하는지 모르면 초반 감정선이 통째로 비어버립니다. 반대로 노 웨이 홈 하나만 봤다면 나머지 MCU 작품을 몰라도 따라가는 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Q. 엑스맨을 모르면 진 그레이 장면이 이해가 안 될까요?
A. 영화 안에서 필요한 정보는 다 제공됩니다. 몰라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지장은 없습니다. 다만 진 그레이가 엑스맨 창단 멤버이자 훗날 다크 피닉스로 각성하는 인물이라는 배경을 알고 있으면, 그가 처음으로 능력을 각성하는 장면의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 맥락을 알고 본 제 경우엔 소름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Q.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감독과 국내 개봉일은 언제인가요?
A.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감독이 연출했으며, 국내 개봉일은 2026년 7월 29일입니다. 톰 홀랜드, 젠데이아, 제이콥 배덜런 기존 멤버에 마크 러팔로, 존 번탈, 세이디 싱크가 합류했습니다.
결론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지난 몇 년간의 마블 영화 중 가장 사람 이야기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관계를 전부 잃은 청년이 그 대가를 몸으로 치르고, 다시 누군가와 연결되면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단단합니다. 퍼니셔와의 우정, 그리고 마지막 핸드사인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아쉬움은 영화 바깥에 있습니다. 이 잘 만든 이야기가 결국 다음 작품의 다리로 소비된다는 점이요. 그래도 마블을 한동안 끊었던 사람으로서 말씀드리면, 이 영화 한 편만 보러 가셔도 됩니다. 뒤에 뭐가 오는지 몰라도 이 영화는 그 자체로 볼 만합니다. 앞서 한 비판과 모순처럼 들릴 수 있는데, 솔직한 감상이 그렇습니다. 마블이 다시 우주 전쟁 스케일로 돌아가기 전에, 한 청년의 고독을 들여다본 이 한 편이 오히려 더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