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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 디아즈의 《마키키란 포》는 1617년 스페인 식민 치하 필리핀을 배경으로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에는 엔시소 신부가 아들 둥웬에게 교회 건축용 대리석을 50km 넘게 운반하도록 명령하는 여정이 소개돼 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공식 소개가 제시한 노동과 신앙의 관계를 먼저 짚는다.
교회의 돌은 누가 옮기는가
완성된 건물만 보면 종교적 상징이 먼저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노트는 대리석을 구하고 옮기는 사람, 이동 중의 약탈 위험, 강요된 개종을 한 장면의 배경으로 연결한다. 돌이 도착하는 경로를 따라가면 권력이 물건과 몸을 동시에 움직이는 방식이 드러날 수 있다. 작품이 운송의 시간을 길게 보여준다면 관객 역시 명령의 비용을 추상적 숫자보다 노동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상영 후 확인할 해석이다.
‘지나가겠습니다’라는 말의 상대
영화제는 원제 Makikiraan Po를 ‘지나가겠습니다’로 설명한다. 허락을 구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누가 길을 막았고 누구에게 허락을 요구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엔시소의 명령을 수행하는 일행과 그 길에서 삶을 이어온 공동체는 같은 지도를 쓰지 않을 수 있다. 영화가 누구의 이동을 중심에 두는지 보아야 제목의 호소가 명확해진다.
이 글은 식민 시기의 사실관계를 영화 한 편의 줄거리로 일반화하지 않는다. 노트가 말한 사건의 배열과 작품의 시점에 대한 관람 전 질문이며, 역사적 세부와 연출의 판단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자료 확인: 2026년 10월 14일.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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