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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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에서 두 가족의 만남은 서로를 이해하는 일일까, 한쪽이 다른 쪽을 찍는 일일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노트는 해고노동자 가족과 그 삶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하려는 감독 부부가 만난다고 소개한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을 둘러싼 이 관계를 상영 전 자료로 분석한다. 본편의 장면이나 결말을 본 듯 서술하지 않는다.카메라를 든 사람과 카메라 앞에 선 사람두 가족의 첫 관계에는 이미 보는 사람과 보이는 사람이라는 차이가 있다. 노동자의 삶이 다큐멘터리 소재가 될 때 감독 부부의 선의만으로 그 차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노동자 가족이 자기 이야기를 정하고 촬영을 거절하거나 되묻는 장면이 허용되는지가 중요하다. 공식 노트는 영화가 노동자와 자본가,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간단히 둘로 가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
《그 소녀의 기억》은 열여덟 아니의 경험을 누가 나중에 다시 말할 수 있는지 묻는다. 부산국제영화제 노트에 따르면 작가가 된 아니 에르노가 고향에서 1958년 여름 캠프의 자신을 떠올린다. 그때 아니는 H와의 관계를 사랑으로 기대했지만, H는 다른 약혼자를 말하며 아니를 가볍게 대한다. 이 글은 영화제 공식 정보를 읽고 쓴 상영 전 분석이다.두 시점의 아니가 같은 기억을 볼까현재의 작가는 과거의 자신을 제3자처럼 돌아본다고 영화제 노트는 설명한다. 이는 젊은 시절의 감정을 부정한다기보다 그때는 이름 붙일 수 없던 권력관계를 나중에 읽는 방식일 수 있다. 본편에서 중년의 아니가 열여덟 아니를 가르치듯 평가하는지, 아니면 그 시절의 기대와 상처를 함께 놓는지가 중요하다. 회상이 ‘그때 왜 몰랐나’라는 질문으..
《실낙원》의 소영이 매일 만나는 아들은 기억 속 아이인가, 9년을 살아낸 다른 사람인가.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에 따르면 스쿨버스 실종으로 아들 선우의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된 소영은 9년 뒤 증강현실 프로그램에서 선우와 만난다. 그러던 중 훌쩍 자란 낯선 선우가 나타난다. 이 글은 공식 노트에 근거한 상영 전 분석이다. 사건의 진상과 결말을 아는 듯 서술하지 않는다.확인되지 않은 죽음이 만드는 시간영화제 노트는 실종 7일 뒤 몇몇 아이의 사망이 확인됐으나 수색이 중단됐고, 소영은 선우의 생사를 모른다고 적는다. 그래서 소영의 시간은 단순한 사별 서사와 다르다. 기다림을 끝낼 증거도, 안심할 증거도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 증강현실의 반복적 만남은 상실을 잊지 않으려는 선택일 수 있고, 바깥의 불확실..
《도라》에서 피부는 도라의 말을 대신하는가, 아니면 주변 사람이 도라를 해석하는 화면인가.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는 학교에 가지 못할 만큼 피부질환을 겪는 열여덟 도라가 부모와 남해의 별장에 머물며 화가 연수의 가족을 만난다고 소개한다. 아래 글은 그 공식 소개를 바탕으로 한 상영 전 분석이다. 본편의 장면과 결말을 관람한 것처럼 단정하지 않는다.발진과 호전을 감정의 번역으로만 읽을 수 있을까영화제 노트는 도라의 피부 상태가 상황과 감정의 변화에 따라 나빠졌다 좋아지는 듯하다고 설명한다. 몸의 변화를 감정의 신호로 읽는 것은 영화가 제안한 길일 수 있다. 그러나 그 해석만 앞세우면 통증과 생활의 제약을 지닌 당사자의 경험이 상징 뒤로 사라진다. 본편에서는 카메라가 피부를 보여주는 시간과 도라가 스스..
《힐롤》에서 숫자를 세는 행동은 침묵일까, 스스로의 뜻을 알아차리는 출발점일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는 스물셋 힐롤이 두려울 때뿐 아니라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깨달은 뒤에도 숫자를 센다고 소개한다. 이 글은 그 노트에 근거한 상영 전 분석이다. 영화의 구체적인 장면이나 결말을 본 듯이 설명하지 않는다.같은 숫자 세기가 다른 뜻을 가질 때노트는 숫자 세기가 감정을 억누르는 통제이면서 그 감정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아차리는 행동이라고 해석한다. 반복되는 동작을 하나의 성격 묘사로만 보면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에서 같은 행동이 언제 등장하고, 그 직전에 누가 힐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봐야 한다. 아버지를 돌볼 때의 세기와 자신의 욕망을 처음 인정할 때의 세기가 다른 리듬을 갖는다면 작..
《평범하기 위하여》의 사고 보상은 위지에가 다시 평범해질 조건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는 대만의 대학생이자 웹디자이너인 위지에가 밤 아르바이트 뒤 귀가하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고, 은퇴한 가해자가 집과 치료비·생활비를 내놓는다고 소개한다. 아래는 공식 노트를 근거로 한 상영 전 분석이다. 실제 장면의 대사나 결말을 본 것처럼 서술하지 않는다.집 한 채가 책임을 모두 셈할 수 있을까가해자는 자신의 집을 양도하고 매달 돈을 지급한다. 노트는 그가 그 뒤에도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적는다. 금전 보상은 치료와 생계를 가능하게 하지만, 사고 전의 몸과 시간, 하고 싶었던 일을 되돌리지는 못한다. 그가 무엇을 주었는지 세는 관점과 위지에가 무엇을 잃고 어떤 도움을 원하는지 묻는 관점은 다..
《처음 만난 외로움》은 같은 사람을 잃은 세 여성이 왜 서로 다른 시간을 살게 되는지 묻는 영화다.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에 따르면 아버지의 죽음 뒤 항저우의 오래된 아파트에 남편·아버지·할아버지를 잃은 모녀 삼대가 모인다. 이 글은 공식 소개를 읽고 쓴 상영 전 분석이며, 본편을 본 뒤의 장면 평가나 결말 설명은 아니다.20분이 넘는 관찰은 누구의 기억을 찾을까영화제 노트는 두 번째 장면이 20분 넘게 이어지며 아버지가 떠난 집의 흔적을 비춘다고 설명한다. 그 시간이 상실을 극적으로 요약하는 대신 집 안에 남은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는 장치일 가능성이 있다. 한 사람의 부재는 세 여성에게 각각 다른 관계의 빈자리다. 화면이 빈집을 오래 본다고 해서 세 사람의 슬픔도 같은 길이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은..
《일요일 다음날》에서 리조트 호텔은 휴식 장소라기보다,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불안을 말하지 못하는 마이의 처지를 드러내는 공간으로 보인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소개에 따르면 마이는 산전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고, 남편 고이치는 그 상황을 외면한다. 여행의 표면적인 평온과 두 사람의 서로 다른 반응이 이 영화의 긴장을 만든다.이미지는 작품의 분위기를 소개하기 위한 기존 블로그 이미지다. 이 글은 영화제 프로그램 노트를 바탕으로 쓴 관람 전 읽기이며, 본편을 본 뒤의 감상은 아니다.산전 검사 ‘결과’보다 기다리는 동안의 태도가 먼저 보인다공식 노트가 알려주는 핵심 상황은 검사 결과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를 기다리는 마이의 예민함과 이를 외면하는 고이치의 태도다. 같은 시간을 보내도 부담은 같지 않을 ..
《실버 익스프레스》의 갈등은 두 사람이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한 문장으로 묶일 때 오히려 보이지 않는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램 노트에 따르면 치에리는 타인에게 연애 감정이나 성적 끌림을 느껴본 적이 없고, 쇼야는 연애 감정을 느끼지 않지만 육체적 욕망은 있다. 비슷한 외로움에서 시작한 관계가 서로 다른 친밀감의 기대를 만나 흔들리는 구조다.이미지는 영화의 분위기를 소개하기 위한 기존 블로그 이미지다. 아래 해석은 공개된 영화제 소개를 바탕으로 한 관람 전 읽기이며 본편의 장면이나 결말을 확인했다는 뜻이 아니다.같은 ‘연애 감정 없음’에도 두 사람의 요구는 다르다영화제는 치에리를 무성애자, 쇼야를 무로맨틱으로 소개한다. 무성애는 성적 끌림에, 무로맨틱은 연애 감정에 관한 말이다. 두 범주를 같은 뜻..
《사토코는 언제나》의 세 사람은 같은 이름을 갖지만, 글을 쓰려는 이유까지 같을까.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노트는 열다섯·서른다섯·쉰다섯의 사토코가 뜻밖의 계기로 각자 자기 이야기를 적기 시작한다고 소개한다. 아래는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쓴 상영 전 분석이다. 장면과 결말을 직접 본 것처럼 설명하지 않는다.열다섯의 첫사랑을 ‘나중에 알게 될 일’로 줄일 수 있을까공식 노트에서 열다섯 살 중학생 사토코에게는 첫사랑의 아픔이 주어진다. 다른 두 사람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그의 글을 미숙한 초안처럼 보면, 현재의 상처를 설명할 권한이 성인이 된 자신에게만 있다는 뜻이 된다. 세 시기를 한 줄의 성장표로 연결하기보다, 열다섯의 목소리가 지금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읽는 편이 낫다.노트는 글을 쓰기 시작하는 계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