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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는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를 가게를 접은 태영과 주미 부부가 새 가족을 맞는 이야기로 소개한다. 프로그램 노트에는 임신·출산·양육 과정의 피로와 아이를 향한 기쁨이 함께 적혀 있다. 아래는 작품 소개와 제작 정보에서 출발한 상영 전 분석이다. 아직 영화 장면을 본 것처럼 특정 대사나 결말을 단정하지 않는다.같은 가족을 돌보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하루제목의 사랑을 감정의 선언으로만 읽으면 육아가 요구하는 반복적인 일이 가려진다. 영화제 노트가 허둥대고 어긋나는 부부를 강조하는 만큼, 이 작품에서는 누가 어느 순간 아이를 안고 누구에게 쉬는 시간이 생기는지 묻고 싶다. 다만 공식 자료는 구체적인 분담 장면을 밝히지 않는다. ‘둘이 똑같이 나눈다’거나 ‘한 사람만 책임진다’고 미리 정할 수 없..
부산국제영화제의 《베일러》 프로그램 노트는 퇴사와 임신을 겪은 은주가 선배 창호의 제안으로 한 달간 농번기 일을 하러 농촌에 간다고 소개한다. 볏짚을 정리하고 소를 돌리는 일, 식사 자리의 짧고 불편한 대화, 송아지의 탄생이 언급된다. 아래는 영화제의 작품 소개를 바탕으로 한 상영 전 읽기다. 장면의 실제 순서나 결말을 확인한 관람 후기는 아니다.도시에서 떠난 사람이 도착한 곳은 누군가의 일터다은주에게 농촌은 잠시 머무는 장소일 수 있다. 하지만 볏짚과 소를 돌보는 일은 그곳에 사는 사람의 매일을 이룬다. 그래서 농촌을 도시 생활의 피로를 지우는 배경으로만 보면, 몸을 써서 그 풍경을 유지하는 사람을 놓친다. 영화제 노트가 아름다운 자연과 피로한 노동자의 육체를 함께 적은 이유도 이 긴장에 있다. 은주가..
《모종의 탐정》의 작가 해주는 탐정이 나오는 첫 추리 소설을 쓰다 막힌다. 전남편 태재의 어머니에게 연락이 오면서 밖으로 나가지만, 그날은 원래 만나려던 사람과는 다른 이들을 만나게 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램 노트는 과거 인연과 현재 관계가 이어지는 이 이동을 영화의 ‘탐문’으로 읽는다. 공식 소개를 토대로 작품의 제목과 구조를 살펴본다.소설 속 탐정이 못 찾은 단서해주는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을 쓰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기 목적대로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태재의 어머니와 만나는 일, 애인 대신 그의 아들과 친구를 만나는 일이 순서대로 이어진다. 이런 우회가 단순한 방해라면 해주는 소설 작업으로 돌아가면 된다. 영화가 관심을 두는 곳은 오히려 계획과 어긋난 만남이 해주의 자기 확신을 흔드는 자리일 수..
신동민 감독의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닌》에서 은우·승우·윤영은 자살 사별자 자조 모임에서 만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작품 소개는 세 사람이 한탄강에 함께 가고, 윤영의 첫 독립을 위한 이사를 돕는다고 설명한다. 서로의 상실을 공유하지만 각자의 일상은 다르다. 이 글은 영화제 공식 소개를 읽고 세운 상영 전 질문이며, 당사자의 슬픔을 한 가지 회복 서사로 재단하지 않는다.함께 떠난 길은 누구의 기억을 위한 것인가세 사람은 승우의 아버지와 연결된 한탄강을 찾는다. 같은 장소에 가더라도 승우에게는 아버지를 기억하는 자리, 다른 두 사람에게는 친구의 곁에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함께 있다는 사실이 곧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뜻은 아니다. 영화제 노트가 ‘이곳에서 떠나보낸 이들의 시간’을 오래 들여다본다고 한 점..
박근영 감독의 《극장에 두고 온 것들》에서 영화비평가 도경은 옛 친구의 부고를 뒤늦게 듣는다. 비슷한 때 강원도의 오래된 극장도 철거됐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작품 소개에 따르면 도경은 친구가 남긴 단편과 그 작품이 상영됐을 법한 공간을 찾아 길을 나선다. 사람과 장소의 상실을 함께 다루는 이 설정을 공식 정보에 근거해 읽어 본다.친구의 영화를 찾는 일이 왜 극장을 찾는 일이 되는가단편 한 편이 남아 있다고 해서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의 시간까지 되살릴 수는 없다. 도경은 작품의 행방과 더불어 그것이 관객을 만났을 가능성이 있는 극장을 찾아간다. 이때 극장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를 한 번의 경험으로 만든 장소다. 영화제 노트가 ‘장소이자 기억으로서의 극장’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경의 탐색이 ..
김효미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귀벌레》는 첫 소설을 쓰지 못하는 정연과 개인전을 준비하는 화가 친구 나정의 다른 속도에서 출발한다. 정연이 쓰려는 이야기는 ‘절대적이고 진실한 사랑’을 찾아 지구에 온 외계인에 관한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작품 소개는 창작의 열등감뿐 아니라 음악과 소리가 정연의 변화를 이끈다고 설명한다. 아래 해석은 공식 소개에 기반한 상영 전 질문이다.정연의 첫 소설은 왜 사랑 앞에서 막히는가정연은 소재가 없어서 멈춘 인물이 아니다. 사랑을 모른다는 자기 판단이 글을 쓰는 손을 붙잡는다. 외계인의 이야기는 정연에게 낯선 세계를 상상할 자유를 줄 수도 있지만, 그가 스스로 자격을 심사하는 틀이 될 수도 있다. 정연이 원고의 실패를 경험하는 방식과 실제로 사랑에 관해 아는 것 사이의..
데이빗 로워리 감독의 《마더 메리》는 정상에서 무너진 팝스타 마더 메리와 전속 디자이너 샘이 밀폐된 아틀리에에서 다시 만나는 심리 스릴러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작품 정보는 의상 제작, 오래된 애증, 초자연적인 붉은 환영, 무대 음악을 주요 요소로 소개한다. 이 글은 그 공식 소개에서 출발한 상영 전 비평이다.누가 팝스타의 이미지를 만드는가무대의 중심에는 가수가 서지만 그가 입는 의상과 대중에게 보이는 얼굴은 여러 노동을 거쳐 만들어진다. 마더 메리와 샘의 만남을 단순한 우정의 재회로만 읽으면 샘의 디자인 작업이 지닌 권한과 피로가 가려진다. 의상을 만드는 장면에서 누가 주문하고, 누가 수정하며, 누가 최종 결과를 자기 이름으로 가져가는지가 관계의 힘을 드러낼 수 있다.닫힌 작업실은 화해의 공간일까영화제는 ..
차이밍량의 《더스트》는 붉은 승려복을 입은 이강생의 느린 걸음을 따라가는 ‘행자’ 연작의 열한 번째 작품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을 배경으로 한 80분 작품이며, 베니스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고 소개한다. 아래는 공식 작품 정보와 프로그램 노트를 읽고 세운 상영 전 관찰점이다.느린 걸음을 ‘깨달음’ 하나로 묶을 수 있을까영화제 프로그램 노트는 작품이 『금강경』의 구절로 시작한다고 설명하면서, 행자 연작을 익숙한 해석으로 환원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느린 보행을 곧바로 수행이나 해탈의 상징으로 읽으면 화면에 실제로 들어오는 우연한 얼굴, 거리의 소리, 걸음과 주변 속도의 차이를 놓치기 쉽다. 이 작품을 볼 때는 ‘무슨 뜻인가’에 앞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무엇이 변하는가..
홍상수 감독의 《눈 둘 데가 없네》에서 상희와 동생 상훈은 오래 떨어져 지낸 엄마가 사는 제주 집을 찾는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작품 소개는 엄마의 재혼 가족, 상희의 보이스오버, 세 개의 소제목과 변화하는 날씨를 작품의 핵심으로 짚는다. 이 글은 공식 소개를 바탕으로 한 상영 전 읽기이며 관람 후기나 장면 해설이 아니다.상희는 왜 자신의 집에서 손님이 되는가제주 집은 엄마에게는 정착한 공간이지만 상희에게는 처음 들어가는 관계의 배치다. 엄마의 남편과 그의 딸은 한집의 일상을 공유해 왔고, 동생 상훈은 상희보다 엄마와 가까워 보인다고 영화제는 설명한다. 여기서 단순히 누가 가족인가를 묻기보다 누가 집 안의 익숙한 사람이고 누가 설명을 들어야 하는 사람인가를 보는 편이 흥미롭다. 상희가 긴 세월의 공백을 채우..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는 아픈 사람을 이해한다는 말이 실제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묻는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소개에 따르면 파리 교외 요양원의 관리자 마리루는 새로운 돌봄 철학을 도입하려 하지만 현실의 난관에 부딪힌다. 일본인 연극 연출가 마리를 만나 가까워진 뒤에는 그의 암 투병 사실을 듣는다. 아래 글은 상영 전 공개된 인물과 설정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며 관람 후기나 결말 설명이 아니다.요양원의 원칙과 두 사람 사이의 시간‘휴머니튜드’라는 돌봄 철학을 들여오려는 마리루의 시도와 마리 개인에게 귀 기울이는 일은 같은 선의에서 출발하지만 서로 다른 문제다. 시설에서는 사람과 시간, 기존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가까운 친구에게는 조언보다 대답을 재촉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공식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