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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함께 산다는 제안은 자유로운 관계의 선언일 수도, 한 사람이 결정을 미루는 방법일 수도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비트윈 투 러버스 소개에 따르면 그림책 작가 우타는 남편 모리오와 편집자이자 연인인 준나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한다. 두 연인이 각각 아이를 원하자 우타는 셋이 가족을 이루자고 제안한다. 본편의 구체적 대화와 결말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 글은 가족의 형태가 새롭다는 사실보다 그 제안에 동의하는 과정과 일을 나누는 방식이 얼마나 공정할 수 있는지 따진다.비밀로 시작한 관계에 동의가 자동으로 생기지는 않는다우타의 이중생활이 공개된 뒤 세 사람이 같은 집에 살기로 한다면, 동의는 처음부터 대칭적이지 않다. 모리오와 준나는 서로에 대해 언제 무엇을 알았는가. 거절하면 기존 관계를 잃을 수 있다..
연인의 얼굴이 면도 상처 뒤 갑자기 낯설게 보이는 설정은 공포를 만들지만, 폭력의 책임까지 얼굴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면도에서 공포 소설가 수연이 결말을 쓰지 못하고, 연인 신지와 시골 저택에 머물다 신지가 낡은 면도기로 상처를 입은 순간부터 돌변한다고 소개한다. 프로그램 정보는 수연의 과거 트라우마와 신지의 분노도 언급한다. 이 글은 실제 장면을 평가하는 감상이 아니라, 두 사람의 불안을 어떻게 구분해 볼지 세운 기준이다.상처는 사건의 시작이지 면죄부가 아니다호러에서 작은 상처 하나가 인물을 바꾸는 장치는 효과적이다. 다만 신지가 수연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면 원인을 ‘기묘한 면도기’에만 맡기는 순간 그의 선택은 사라진다. 초자연적 변화가 있더라도 상대를 겁주거나 통제하는 행동의 결..
코뿔소와 펭귄이 가족이 되는 영화에서 더 어려운 질문은 함께 살겠다는 마음보다 서로에게 맞는 길을 찾는 일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애니메이션 긴긴밤을 흰바위코뿔소 노든이 버려진 알을 품고, 태어난 아기 펭귄 ‘나’와 바다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로 소개한다. 인간의 탐욕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노든의 과거도 공식 정보에 있다. 작품의 실제 장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글은 혈연 밖의 돌봄이 상대를 자기 방식에 맞추지 않는 관계가 되기 위한 조건을 묻는다.알을 품는 일은 소유가 아니라 기다림이다노든은 알이 무엇이 될지, 자신과 계속 함께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지킨다. 그 행동을 처음부터 ‘부모가 될 운명’으로 읽으면 선택의 어려움이 사라진다. 이미 많은 것을 잃은 인물이 다시 돌볼 대상을 받아들이는 일에는 실..
남들이 만든 소문에서 벗어나려는 사람이 여행지에서 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면, 도피는 어떻게 끝날까. 부산국제영화제의 그날의 태주 작품 정보에는 태주가 이유를 모르는 수군거림을 피해 기차에 오르고, 소설가 이화에게 ‘내 소설의 주인공을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고 적혀 있다. 이후 태주는 해변에서 마술사, 사주 집, 게스트하우스의 낯선 사람을 만난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으므로 그들이 실제로 무엇을 말하고 행동하는지는 평가하지 않는다. 이 글은 타인이 붙인 이야기에서 자기 삶의 서술권을 되찾는 과정을 관전할 기준이다.태주를 향한 소문은 사실 여부보다 권력의 문제다소문이 틀렸다는 증거가 나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이야기는 쉽다. 하지만 태주가 ‘영문도 모른 채’ 시달렸다는 소개에는 해명할 기회 자체..
※ 작품의 실제 장면이 아닌, 글의 쟁점을 표현한 빅머니포유 자체 제작 이미지입니다.한 카페에 네 쌍의 이야기를 놓는 영화는 우연보다 차이를 설계해야 한다. 김종관 감독의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동안 같은 카페를 스쳐 간 네 쌍의 대화를 담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다. 재회, 첫 만남, 잠깐의 마주침, 이별에 가까운 한순간이 한 장소에서 이어질 때 무엇이 옴니버스의 통일감을 만드는지 살펴본다.같은 카페가 반복될 때 생기는 효과공간이 같으면 관객은 테이블 간격, 창밖의 빛, 직원의 움직임 같은 작은 변화를 알아차린다. 앞선 이야기의 흔적이 다음 인물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아도 같은 장소를 공유했다는 사실이 보이지 않는 연결을 만든다. 카페는 배경이 아니라 시간의 기록 장치가 ..
※ 작품의 실제 장면이 아닌, 글의 쟁점을 표현한 빅머니포유 자체 제작 이미지입니다.여성 영화인을 기리는 상은 수상자 한 명의 예외성을 칭찬하는 데서 끝나면 안 된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2026 까멜리아상 수상자는 홍콩 뉴웨이브를 이끈 감독 허안화다. 1979년 장편 데뷔 이후 27편의 극영화와 2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경력은 도시, 이주, 여성의 삶을 장르마다 다르게 관찰해 온 시간이다. 이번 수상을 작품을 다시 보는 입구로 삼아 본다.‘여성 감독’과 ‘거장’을 분리하지 않기허안화를 여성이라는 이유로만 호명하면 작품의 미학이 사라지고, 거장이라는 이유로 성별 장벽을 말하지 않으면 경력의 조건이 지워진다. 두 사실은 경쟁하지 않는다. 개인의 성취와 산업의 불균형을 함께 볼 때 까멜리아상의 취지가 ..
※ 작품의 실제 장면이 아닌, 글의 쟁점을 표현한 빅머니포유 자체 제작 이미지입니다.한 배우의 수상은 개인의 정상 등극이면서, 영화 산업이 뒤늦게 수정하는 지도이기도 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양자경을 2026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홍콩 액션영화에서 출발해 세계 영화의 중심으로 이동한 경력을 단순한 성공 신화로 요약하지 않고, 몸의 연기와 언어, 제작 환경을 바꿔 온 선택으로 읽어 본다.액션 배우라는 출발을 축소하지 않기신체 연기는 대사보다 덜 지적인 기술이 아니다. 동선, 카메라 거리, 상대 배우와의 안전, 감정의 속도를 동시에 계산한다. 양자경이 주체적인 여성 액션 캐릭터를 만든 역사는 이후 드라마 연기와 분리된 전기가 아니라, 몸으로 서사를 조직하는 능력의 출발점이다.아시아 대표라는..
※ 작품의 실제 장면이 아닌, 글의 쟁점을 표현한 빅머니포유 자체 제작 이미지입니다.배우를 기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사람이라는 문장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의 얼굴을 다시 보는 일이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기획 ‘아름다운 시절, 안성기’는 생전에 배우가 직접 추천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상영하고 동료 영화인과 관객의 대화를 잇는다. 이 프로그램을 추모 행사 이상의 영화사 읽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를 살핀다.배우가 직접 고른 작품이라는 의미회고전은 기획자가 대표작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프로그램은 안성기가 생전에 추천한 작품을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자기 필모그래피를 바라본 배우의 시선이 남아 있다. 흥행 순위나 수상 기록과 다른 선택이 있다면 무엇을 중요하게 기억했는지 짐..
※ 작품의 실제 장면이 아닌, 글의 쟁점을 표현한 빅머니포유 자체 제작 이미지입니다.하루 한 시간 몸이 바뀐다는 설정은 로맨스보다 노동을 먼저 흔든다. 넷플릭스 시리즈 24분의 1 로맨스는 일상이 예능인 여자와 인생이 경기인 남자가 매일 한 시간씩 몸을 바꾸는 이야기로 소개됐다. 방송 현장과 스포츠 세계는 모두 개인의 몸을 성과로 환산한다. 따라서 재미는 서로의 삶을 구경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대신 수행한 행동의 책임을 어떻게 나누는지에서 생길 수 있다.하루 한 시간이라는 제한의 힘완전히 삶을 바꾸는 설정과 달리 한 시간은 짧아서 더 까다롭다. 중요한 생방송, 훈련, 계약, 사적인 만남이 그 시간에 걸리면 준비와 사후 수습은 원래 주인의 몫이다. 작품이 우연한 사고만 반복하지 않고 두 사람이 시간을 예..
※ 작품의 실제 장면이 아닌, 글의 쟁점을 표현한 빅머니포유 자체 제작 이미지입니다.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이야기는 만남의 횟수보다 각자의 세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로 기억된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넷플릭스가 소개한 프랑스 영화 우리, 파도처럼은 제목부터 관계를 직선이 아닌 밀물과 썰물의 운동으로 바라보게 한다. 공개 전 작품을 본 것처럼 평가하지 않고, 공식 초청 정보와 제목이 제시하는 관람 기준을 중심으로 관계 영화의 거리감을 짚어 본다.파도라는 비유가 가진 두 방향파도는 다가오지만 반드시 물러난다. 그래서 사랑의 은유로 쓸 때 만남만 강조하면 절반만 남는다. 가까워지는 순간과 혼자 회복하는 시간이 함께 있어야 제목의 운동이 살아난다. 관계를 지속하려는 의지가 항상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중요..